2008. 9. 19. 15:02

산에는 꽃이 피네 - 법정스님


  법정스님의 책(?)을 처음 접한 것은 고2때인가 수능 언어영역 모의고사 문제집의 지문에서였다. '무소유'라는 글의 일부분이 지문으로 나와있었는데, 그 어린(?) 나이에도 또 모의고사 문제를 푸는 상황에서도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법정스님의 거처에 도둑이 들어 물건을 훔쳐간 데 대한 스님의 소회가 담긴 내용이었는데, 나에게는 스님의 반응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 반응은, 훔쳐간 물건을 갖고 있을 만큼 너무 많이 갖고 있었다는데 대한 반성이었다. 어찌 이런 반응이 나올 수 있을까?
  그렇게 스님의 글을 처음 접하고 난 후, 처음으로 책 한권을 접한 것이 '산에는 꽃이 피네' 였다. 그 당시에 나는 내 신앙에 대한 고민으로 굉장히 힘들어 하던 시기였다. 지금 내 모습은 정말 예수님이 원하시는 모습인가 아니면 역사적 산물인 교회에 물들어진 것인가? 나는 지금 예수님이 오셨던 그 시기에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인가 아니면 진정 예수님을 맞이한 낮은 자들인가? 뭐 이런 고민을 하던 시기였는데, 나로하여금 더욱 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만든 것이 바로 이 책이다. ^^;
  대부분의 법정스님 수필은 적절히 세상 이야기도 섞여 있고, 생활에서 얻는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그렇다. 이 책도 마찬가지 이지만, 나에게 전해지는 느낌은 좀 더 내면적인 성찰을 다른 책들에 비해 더 깊게 다루고 있는것 같다.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내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할 즈음에 이 책을 접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 마음이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책내용을 통해 저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었던 것 같다. 왜 출가를 하게 되었는지, 출가의 의미는 무엇인지, 또 더 나아가서 사람의 인생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읽을 수 있었다. 
  여러 단편으로 묶여진 수필집에서 하나의 일관된 느낌을 받는 것은 행간을 잘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이 그렇다. 물론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재해석된 결과일 수 있겠지만, 어쨌건 그 일관된 느낌이라는 것은 내가 이순간 사는 의미를 잘 찾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스님은 출가를 할 수 밖에 없는 거구나 하고 생각했다. 불가에서는 스님이 되었지만, 기독교에서는 목사님이 되고, 천주교에서는 신부님이 되겠구나 했다. 그리고 그런 길을 가지 않는 사람도 하루의 생활속에서 자신을 깨닫고 하루 하루를 살아야 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런 저런 생각의 끝은 결국 나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내가 신앙을 갖고 있되 내 스스로 주체가 되어서 신앙에 대한 고민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 확 드러나더라.. 법정스님이 불가의 도리에 맞춰 살지만 그 외형이 불자라서가 아니라 모든 생활속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고 있기에 진정 존경받는 스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을 이미 그 고민을 해결한 사람에게서 듣는 것은 아주 좋은 기회이다. 이 책이 나에게는 그렇게 다가왔기에 잊혀지지 않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