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14. 16:17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 현각

   하버드 출신의 수려한 외모를 가진 푸른 눈의 스님.. 몇해전 TV에서 현각 스님에 대한 내용이 방송되고 상당히 관심의 중심에 있었고 그의 책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또한 판매 부수 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하기도 했었다. 그당시 난 특별한 관심을 갖지 못했었고, 그냥 어느 하버드생이 한국에 와서 구도생활을 하는 사연만 어디선가 읽었을 뿐이다.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매스컴의 인기가 어느정도 사그러든 2002년 여름이었던것 같다. 법정스님의 글을 읽고 대체 스님들은 어떤 마음공부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금강경 강의도 찾아 듣고, 책도 읽고, 스님들의 쉬운 수필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던 시절이다. 기독교인들이 티나지 않게 자랑처럼 얘기하는 모태신앙을 가진 기독교신자로서 상당히 방황하던 때였다.
   이 책이 나에게 상당히 다가온 이유는, 현각 스님의 구도과정이다. 현각 스님은 미국에서 상당히 그것도 매우.. 성공한 중산층 기독교 가정의 자녀였다. 게다가 여러 자녀들 중에서도 매우 사랑을 받았고 어쩌면 목사님이 되었을지도 모를 사람이었다. 대체 그런 사람이 어쩌다가 한국이라는 나라에까지 와서 스님이 되었단 말인가? 책의 내용은 현각 스님이 어떻게 스님이 되었고, 한국에와서의 구도 생활의 여정을 담고 있다. 제목처럼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여정이 참 재미(?)있게 그려진다. 게다가 나는 잘 몰랐던 숭산스님이라는 분이 전 세계적으로 4대 성불로 불리워지고 세계적인 포교활동을 하고 계신다는 내용도.. 종교를 초월해서 참 뿌듯했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런 재미의 측면 외에 나에게 다가온 것은, 현각스님은 스님으로서도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다 보니, 스님이 되었다니.. 물론 출가의 계기는 하버드에서의 숭산스님 강연이다.
나에게는 상당한 도전이 되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당시 정말 '교회'의 가르침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었다. 지금의 기독교가 예수님이 바라던 모습인가.. 지금의 예배 형태를 따르는 것이 예수님이 죽으시면서까지 전하고자 하셨던 하나님의 뜻인가..  그냥 의식으로서만의 예배를 드리던 나에게는 기독교 의식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예수님의 가르침을 지키고 있다는 현각스님의 말이 충격이었던 것이다. 정작 완벽해 보이는 의식생활을 하는 나는 그렇게 말할 수 없는데 말이다.. 
  과거 중세 기독교사 수업을 들었을 때, 개신교를 연 루터는 카톨릭 수사(?)였다고 한다.. 수사라는 명칭이 정확히 맞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당시 상당히 총망받던 카톨릭 성직자였단다.. 루터는 카톨릭의 가르침을 최대한 따르고 있었음에도 예수님의 가르침을 깨달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틀을 깨버리고 예수님의 가르침에 맞는 개신교를 열었다는 것이다. 
  현각스님의 책을 읽으면서 계속 루터의 생각이 맴돌았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질곡깊은 인생사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지금 자신이 믿고 있는 가치관을 세우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는지에 대한 거울이 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