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 틱낫한

black rabbit 2008. 12. 18. 14:30
틱낫한, 달라이 라마, 법정 스님, 숭산 스님.. 기독교 신자인 내가 가깝게 하기 쉽지 않은 책들의 저자들이다. 국내에 나온 이분들의 책은, 법문을 쉽게 옮긴 것이고 수필 형식이 많기 때문에 사실 뭐 굳이 종교를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나는 이분들의 책들을 너무 좋아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주제들을 말로 옮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분들의 책은 그 어려움을 전달하려고 한다.

그 중, 틱낫한의 책은 가장 편안하게 마음을 전한다. 달라이 라마의 책에서는 선문답이 많이 등장하는 편이고, 법정 스님의 책에서는 행간을 읽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면, 틱낫한의 책은 좀 더 직접적으로 하고자 하는 말을 한다.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는 아름다운 사진들과 함께 틱낫한의 경험담(?)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수필(?)들로 꾸려져 있다.

책의 주제는 틱낫한의 다른 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책들이 틱낫한의 동일한 법문들을 공용하고 있어서일수도 있겠지만, 틱낫한이 전하는 메시지는 언제나 일관되고 전하는 방식 또한 굉장히 쉽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어떨까? 아마도 "너 지금 그 순간 깨어 있어라!" 이거가 아닐까 싶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던, 그 순간을 즐기라는 얘기다. 길을 걸을 때는 길을 걷고, 설겆이를 할 때는 설겆이 하는 순간을 알라는 거다. 밥을 먹을 때는 밥을 씹을 때의 그 순간을 아는거다. 그렇게 매 순간을 깨어 있으면 그게 바로 깨달음이라는 것이 저자의 가르침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게 그렇게 쉽지 않다. 길을 걸을 때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는가? 설겆이 할 때는 빨리 끝내려고 투덜거리지는 않는가? 밥을 먹을 때도 허겁지겁 먹지 않나? 그러다보면, 내가 이 순간을 사는 것이 아닌거다. 매 순간 걱정하고 고민하고 아니면 의미없는 생각들로 살아간다. 틱낫한 스님이 전하는 걷기 수련법이라는 것이 있다. 그냥 걸으면서 한발 한발 내 딛을 때 마다 그걸 "알라"라고 하는 거다. 쉬어 보이지만 쉽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몇 분 만에 알게 될 것이다.

수년전 틱낫한 스님이 한국에 오신 적이 있었다. 부처님 오신날에 동국대에서 강연을 하신다 해서 찾아 갔다. 강연의 내용은 책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역시 그 마음공부를 어떻게 체득하느냐가 관건이다.

틱낫한 스님의 책은 읽고 있으면 마음이 너무 편해진다. 이 책의 제목처럼 마음은 평안해지고 얼굴에는 의도적으로라도 미소를 짓게 된다. (책에서 말하듯이..) 하지만 책을 놓고 나서 그런 상태가 얼마나 지속되느냐는 각자에게 달린 문제인것 같다....